AI 6개월 차가 커피 1개월 차에게 배운 것
AI를 쓴 지는 6개월쯤 됐고, 커피를 내리기 시작한 지는 한 달쯤 됐다. 둘 다 잘한다고 말하기엔 이르고, 둘 다 모른다고만 하기엔 조금씩 손에 익는 중이다.
커피를 내리면 변명할 틈이 별로 없다. 한 모금 마시면 바로 안다. 너무 쓰거나, 물맛 같거나, 향은 괜찮은데 입 안에서 금방 사라지거나. 문제는 그다음이다. 맛없는 건 알겠는데 왜 맛없는지는 잘 모르겠다. 원두 때문인지, 물이 너무 뜨거웠는지, 너무 오래 내렸는지, 그냥 내 손이 아직 서툰 건지.
커피는 결과를 속이지 않는다. 다만 원인을 바로 알려주지도 않는다.
AI는 조금 다르다. 실패해도 처음엔 실패처럼 보이지 않는다. 답은 제법 매끈하다. 문단도 나뉘어 있고, 그럴듯한 말도 들어 있다. 그래서 잠깐은 뭔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 조금 지나서 다시 보면 이상한 점이 보인다. 내가 원한 말투가 아니거나, 근거가 헐겁거나, 애초에 내가 질문을 흐리게 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다. 커피는 맛없으면 바로 들키는데, AI는 이상한 답도 꽤 읽을 만하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더 늦게 알아차린다.
처음에는 둘 다 비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커피는 좋은 원두나 유명한 레시피를 찾으면 되고, AI는 프롬프트 몇 줄을 잘 외우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해보니 비법보다 더 어려운 게 있었다. 방금 받은 피드백이 무엇을 말하는지 구별하는 일이다.
커피가 쓰면 다음에는 뭘 바꿔야 할까. 물 온도일까, 시간일까, 분쇄도일까. AI 답변이 별로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모델이 부족했을까, 내 설명이 부족했을까, 예시가 없었을까, 검증 기준이 없었을까. 변수는 너무 많고, 초보자는 그 변수를 한 번에 다 볼 수 없다.
그래서 요즘은 하나만 바꾸려고 한다. 커피를 내릴 때도 한 번에 이것저것 고치지 않으려고 하고, AI를 쓸 때도 질문, 예시, 톤, 기준을 한꺼번에 바꾸지 않으려고 한다. 여러 개를 동시에 바꾸면 결과가 좋아져도 왜 좋아졌는지 모른다. 반대로 나빠져도 뭐가 망쳤는지 모른다. 그 상태에서는 많이 해도 별로 쌓이지 않는다.
물론 커피와 AI가 완전히 같다는 뜻은 아니다. 하나는 입에 남고, 하나는 화면에 남는다. 하나는 너무 쓰면 바로 표정이 변하고, 하나는 그럴듯해서 한참 읽게 만든다. 오히려 그 차이 때문에 더 배운다. 커피는 실패를 바로 보여주고, AI는 실패를 의심하는 습관을 요구한다.
요즘 내가 배우는 건 AI를 잘 쓰는 법도, 커피를 잘 내리는 법도 아닌 것 같다. 더 정확히는 결과에 덜 속는 법이다. 커피가 맛없을 때 무작정 원두 탓을 하지 않는 것. AI 답변이 그럴듯할 때 무작정 만족하지 않는 것. 내가 뭘 바꿨고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조금씩 남겨두는 것. 지금의 나에게는 그 정도가 가장 알맞은 배움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