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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과 스레드, 유튜브에서 AI에 관한 글과 영상을 볼 때마다 메모해두었다. 지금 보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필요할 것 같았다. 그렇게 모아놓은 자료가 너무 많아졌다.

저장한다고 안심이 되지는 않았다. 무언가 달라진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메모를 볼 때마다 이것들을 언젠가는 정리해야 한다는 부채감이 생겼다. 흩어진 자료를 LLM 위키에 넣고, 다시 분류하고, 위키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들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도 멈추기 어려웠다. AI는 너무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곧 AGI가 등장하면 개인이 AI로 돈을 벌 기회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시간 압박을 느꼈다. 이것이 실제로 일어날 미래인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미래가 오기 전에 최대한 많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마음은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붉은 여왕의 경주와 닮아 있었다. 앨리스와 붉은 여왕은 있는 힘껏 달리지만 같은 자리에 머문다. 그 세계에서는 제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도 계속 달려야 한다. AI가 발전하는 동안 내가 가만히 있으면 제자리에 남는 것이 아니라 뒤처질 것 같았다.

그래서 계속 저장하고 정리하려 했다. 그런데 뒤처지지 않기 위해 달리는 동안, 정작 AI와 협업해 돈을 버는 일은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뉴 필로소퍼》에서 엘렌 랭어의 인터뷰를 읽다가 이 달리기의 방향을 다시 묻게 됐다.

나는 왜 LLM 위키를 이렇게까지 만들려고 하는 걸까. 이 위키는 실제로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까. 아니면 뒤처질까 두려운 마음으로, 실제 행동과 관계없는 정리 부채만 늘리고 있는 걸까.

충분히 알면 최선의 수를 찾을 수 있을까

내가 AI에 관해 알고 싶은 이유는 단순한 호기심만은 아니다. AI와 협업하면서 돈을 벌고 싶다. 이미 그 방향은 선택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무엇을 해야 AI로 돈을 벌 수 있는지 조사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추천하는 방법은 많았다. 영상을 만들거나, 글을 쓰거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작은 제품을 만드는 방법도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을 골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더 알아야 했다. 성공 사례를 모으고, 새 도구를 확인하고, 다른 사람들의 방법을 비교했다. 그 정보를 잘 정리하려면 LLM 위키도 필요했다. 위키를 만들수록 언젠가는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정보만으로 최선의 수를 찾아내는 일은 끝나지 않았다. 새로운 사례를 하나 찾으면 확인해야 할 가능성이 하나 더 생겼다. 정보가 늘어날수록 선택이 쉬워지기보다, 아직 모르는 것이 더 잘 보였다.

지혜는 가변성을 알아차리는 데 있다

《뉴 필로소퍼》에서 잰 보그가 심리학자 엘렌 랭어를 인터뷰한 글을 읽었다. 랭어는 지혜를 지식이 많이 쌓인 상태로만 보지 않는다. 경험과 상황이 계속 달라지고, 같은 것도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데 지혜가 있다고 말한다.

이 관점에서는 비용과 이익도 고정되어 있지 않다. 기능이 많은 AI 도구는 누군가에게 든든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배워야 할 것이 많은 복잡한 도구다. 빠르게 변하는 서비스는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도 있고, 작업 방식이 자꾸 흔들린다고 볼 수도 있다.

정보를 더 모으면 판단이 완성될 것 같지만, 다음 정보는 기존 판단의 의미를 바꿀 수 있다. 그래서 ‘충분한 정보’에는 자연스러운 종료 지점이 없다. 스스로 멈출 기준을 만들지 않으면 계속 조사하게 된다.

나는 LLM 위키를 만들면서 지혜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더 많이 알수록 더 좋은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키를 최대한 크게 만드는 일이 내가 선택한 방향, AI와 협업해 돈을 버는 일을 실제로 이루어지게 하고 있는지는 다른 문제였다.

내린 결정을 좋은 결과로 만들어가는 일

인터뷰에서 특히 남은 것은 지혜를 앞으로 나아가는 능력으로 보는 대목이었다. 이미 지나간 일을 두고 원래 별로 원하지 않았다고 합리화하는 ‘신 포도’와는 다르다. 처음부터 하나의 상황을 여러 관점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중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해석과 행동을 선택하는 것이다.

랭어는 완벽하게 옳은 결정을 찾으려 하기보다, 내린 결정을 좋은 결과로 만들어가자는 쪽으로 생각을 돌린다.

이 말을 내 상황에 적용해보면 질문이 달라진다.

‘AI로 돈을 버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를 계속 조사하는 대신, ‘하나를 선택했다면 그것이 실제 결과로 이어지도록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대화를 나누다가 아이들이 보는 유튜브 영상을 만들어보는 방법이 먼저 떠올랐다. 특별히 최선이라는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만들기 쉬워 보였고, 사람들이 보는지 비교적 빨리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작은 기준을 정했다. 일주일 동안 영상 두 편을 실제로 공개하고, 그중 한 편이라도 조회수 1,000회를 넘는지 본다. 가능성이 보이면 다른 돈벌이 목록을 다시 뒤지는 대신, 그 선택을 더 나은 결과로 만들기 위해 다음 영상을 고쳐본다.

물론 이 선택이 틀릴 수도 있다. 조회수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고, 생각보다 제작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도 직접 해본 뒤에는 검색으로 얻을 수 없었던 정보가 남는다. 어떤 영상을 만들 수 있는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사람들이 실제로 반응하는지를 알게 된다.

중요한 것은 유튜브가 정답이라는 결론이 아니다. 최선의 수를 알아낼 때까지 멈춰 있는 대신, 되돌릴 수 있는 선택 하나를 현실에 내놓고 그 결과를 관찰해보는 것이다.

정보 시스템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가

LLM 위키를 버려야 한다는 뜻도 아니다. 잘 만든 위키는 필요한 자료를 찾고 생각을 연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만 위키의 크기와 완성도가 목적이 되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도구가 또 하나의 끝없는 일이 된다.

앞으로는 정보를 저장하기 전에 이런 질문을 해보려 한다.

  1. 나는 이미 무엇을 하기로 선택했는가?
  2. 이 정보가 그 선택을 실제 결과에 가까워지게 하는가?
  3. 지금 더 알아야 하는가, 아니면 행동한 뒤에야 알 수 있는가?

세 번째 질문이 특히 중요하다. 아무리 많은 후기를 읽어도 내가 영상을 두 편 만들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조회수가 나올지도 알 수 없다. 그것은 정보를 정리한 다음이 아니라, 영상을 공개한 다음에야 알 수 있다.

모든 결정에 이런 방식을 적용할 수는 없다. 안전, 건강, 큰돈처럼 되돌리기 어려운 일에는 충분한 확인과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작게 시험하고 다시 바꿀 수 있는 선택까지 완벽한 확신이 생길 때까지 미루고 있다면,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한 것이 아닐 수 있다.

나는 여전히 LLM 위키를 만들고 싶다. 다만 모든 것을 담은 뒤에야 시작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다. 지금 하는 선택을 돕고, 행동한 결과를 다시 기록하는 정도면 충분할지도 모른다.

지혜는 모든 것을 알고 출발하는 능력이 아니라,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앞으로 나아가는 능력에 가깝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더 큰 정보 창고가 아니라, 하나를 선택하고 현실의 반응을 받아보는 일이다.


참고:

  • Zan Boag, “Akin to mindfulness”, New Philosopher, 2026년 6월 9일. https://www.newphilosopher.com/articles/akin-mindfulness/
  • Lewis Carroll, Through the Looking-Glass, Chapter II. https://www.gutenberg.org/files/12/12-h/12-h.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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