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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AI 열풍이 일면서 한동안 AI와 나누는 깊은 대화에 빠져 있었다.

AI와 이야기하면 어려운 주제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차근차근 배울 수 있었다. 잘 모르는 말이 나오면 바로 다시 물었고,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생각도 일단 꺼내놓을 수 있었다. 시간이나 상대의 사정을 살피지 않고 대화를 오래 이어갈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사람들과 대화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다만 AI와의 대화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사람들과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자리를 굳이 찾지 않아도 별로 아쉽지 않았다.

얼마 전 회사 독서 동아리 사람들과 뉴필로소퍼를 주제로 작은 소모임을 가졌다. 마음챙김에 관한 글을 읽고, 미리 준비한 질문을 따라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자리였다.

뉴필로소퍼에서 읽은 엘렌 랭어의 인터뷰는 마음챙김을 따로 시간을 내서 하는 명상이라기보다, 지금 일어나는 변화와 여러 관점을 알아차리는 태도로 설명한다. 지혜도 많은 지식을 쌓아 정답을 얻는 상태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같은 것도 다르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데 가까웠다.

이 내용은 혼자 읽었을 때도 흥미로웠다. 지난주에는 이 글을 계기로 정보가 많아질수록 더 좋은 결정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자 책에서 출발한 생각이 내가 예상한 것보다 멀리 나갔다.

경험이 더해진 말

리더십 이야기가 나왔을 때 한 참여자는 리더가 팀원에게 방향을 제시하되, 해결책이 자신에게만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초보 팀장이라면 실무를 넘기고 팀 전체를 성장시키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리더가 계속 실무를 붙잡으면 팀원과 경쟁하는 관계가 될 수도 있다는 이유였다.

문장만 놓고 보면 어디선가 들어본 리더십 조언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는 달랐다. 같은 회사에 다니면서도 서로 다른 조직에서 일해온 사람들이 각자의 경험을 보태자, 말이 단순한 원칙으로 들리지 않았다. 어떤 상황에서 그런 문제가 생기는지, 왜 리더가 실무를 놓기 어려운지까지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됐다.

AI도 리더의 역할에 관해 여러 관점을 정리해줄 수 있다. 때로는 내가 생각하지 못한 사례도 제시한다. 그날 내가 느낀 차이는 정보의 양보다 말이 나온 자리와 그 말을 하는 사람에게 있었다. 한 사람이 살아오며 얻은 생각을 직접 듣고, 그 자리에서 다른 사람의 경험이 이어지니 같은 말도 다르게 들렸다.

대화 속에서 달라진 생각

지혜와 행복의 관계를 이야기할 때도 그랬다. 한 참여자는 지혜롭게 사는 것과 행복하게 사는 일이 결국 연결된다는 의견을 냈다. 나는 행복하지 않은 순간에도 사람은 지혜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행복은 순간적인 감정일 수 있지만, 지혜로운 선택은 힘든 순간에도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화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야기를 더 듣다 보니 행복을 무엇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둘의 관계가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이 늘 기분 좋은 상태를 뜻한다면 지혜와 같은 말은 아니다. 하지만 행복을 오래 유지되는 안정된 삶으로 본다면, 더 나은 선택을 쌓아가는 지혜와 다시 연결될 수 있다.

혼자였다면 처음 내린 결론에서 멈췄을지도 모른다. 누군가 내 말을 반박해서 생각을 바꾼 것도 아니었다. 서로 다른 의견을 듣고 말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다음 방향을 생각하게 됐다. 관점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책의 내용을 대화 속에서 직접 겪은 셈이었다.

드물어서 더 좋았던 시간

무엇보다 그런 이야기에 함께 몰입한 시간 자체가 좋았다.

같은 회사에 다닌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어느 정도 통하는 맥락이 있었고, 서로 다른 조직에서 일하기 때문에 가져오는 경험은 달랐다. 서로 직접 일을 함께하는 사이는 아니었다. 회사에서 지혜나 행복 같은 주제를 놓고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바라기는 했지만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던, 드문 순간이었다.

AI와 나눈 대화와 그날의 대화는 내게 다른 방식으로 남았다. AI 덕분에 나는 어려운 주제를 배우고, 혼자서는 정리하기 힘든 생각을 오래 붙들 수 있었다.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는 실제 경험이 더해진 관점을 듣고, 함께 생각하는 동안 새로운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나아갔다.

나는 앞으로도 AI와 깊은 대화를 나눌 것이다. 다만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스럽다는 이유로,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는 드문 시간을 지나치고 싶지는 않다.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에 몰입했던 그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


참고:

  • Zan Boag, “Akin to mindfulness”, New Philosopher, 2026년 6월 9일. https://www.newphilosopher.com/articles/akin-mindful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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