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을 모르는데, AI로 디자인해도 될까?
AI와 함께 글을 쓰고, 자료를 조사하고, 코드를 만드는 일은 어느 정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무엇을 시도해야 하는지는 알았다.
디자인은 달랐다.
AI에게 디자인을 만들어달라고 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무엇을 요청해야 하는지, 나온 결과 가운데 무엇이 좋은지는 판단하기 어려웠다. 디자인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다른 작업보다 유난히 자신이 없었다.
레퍼런스 하나를 던지고 기다렸다
처음에는 마음에 드는 레퍼런스 하나를 찾아서 AI에게 보여줬다. 이런 느낌으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하고 결과를 기다렸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프롬프트를 바꿔 다시 요청했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디자인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한 적은 별로 없었다. 비교할 후보도, 고를 기준도 없었다.
결과가 그럴듯해도 왜 괜찮은지 설명하기 어려웠다. 별로라고 느껴질 때도 어디가 문제인지 몰랐다. 결국 디자인은 AI가 잘 뽑아주기를 기다리는 일이 됐다.
디자인도 한 번에 나오는 결과가 아니었다
평소 AI 프론티어 채널을 자주 본다. 다른 곳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AI 소식과 업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다. AI 프론티어에 나오는 출연자 한 명을 통해 SudoRemove도 알게 됐다.
SudoRemove에서 「YC가 알려주는 AI로 디자인하는 법」을 봤고, 이어서 Y Combinator의 원본 영상도 봤다. 영상에서 소개한 방식은 내가 하던 것과 꽤 달랐다.
먼저 만들려는 제품을 두고 AI와 진지하게 대화한다. 어떤 제품인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어떤 느낌이어야 하는지 이야기한 뒤 그 내용을 문서로 정리한다. 영상에서는 이 문서를 soul.md라고 부른다.
그다음 관련 레퍼런스를 모으고 여러 디자인 후보를 만든다. 하나를 바로 정답으로 고르지 않는다. 여러 안을 놓고 더 나은 것을 고른 다음, 각 안의 점수와 생각을 메모한다. 이 과정을 여러 라운드 반복하면서 마음에 드는 방향을 좁혀간다.
돌아보면 나는 제품에 관해 대화하고 여러 안을 비교하는 과정을 거의 건너뛰고 있었다. 레퍼런스 하나를 준 뒤 AI가 좋은 결과를 내놓기를 기다렸던 셈이다.
처음으로 공부할 방법이 보였다
아직 이 워크플로우를 처음부터 끝까지 충분히 써본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 방법을 쓰면 좋은 디자인이 나온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다. 나도 여전히 디자인을 잘 모른다.
그래도 이전과 달라진 점은 있다.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조금 알 것 같다.
여러 후보를 보고 하나를 고르려면 왜 그것이 더 나은지 생각해야 한다. 메모를 남기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디에서 어색함을 느끼는지도 돌아볼 수 있다. AI가 다음 후보를 만들어주면, 나는 앞선 판단을 바탕으로 다시 비교한다.
디자인에 자신이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판단할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AI가 만든 결과 하나를 보고 마음에 드는지 아닌지만 고민했다. 이제는 제품을 먼저 생각하고, 여러 안을 비교하고, 고른 이유를 남기는 과정을 반복해볼 수 있다.
디자인을 모르는데 AI로 디자인해도 될까. 아직은 그렇다고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하겠다. 그래도 다음에는 레퍼런스 하나만 던지지 않을 것이다. 제품에 관해 먼저 이야기하고, 여러 안을 비교하면서 내가 고른 이유를 기록해보려고 한다. 적어도 어디서부터 시작할지는 알 것 같다.
참고:
- Y Combinator, “YC’s Head of Design Shows You How To Design With AI”.
- SudoRemove, “YC가 알려주는 AI로 디자인하는 법”.
- AI 프론티어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