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한 일에만 AI를 쓰면 AX가 안 되는 이유
어떤 일에서는 이제 없이 돌아가기 어려울 만큼 AI를 붙였다. 그래서 결과물을 어디에 쓸 수 있고, 어디에 쓰면 안 되는지 손맛이 생겼다.
주변은 같지 않았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팀마다 AI를 써본 양이 달랐다. 써본 양이 다르니 결과물을 믿는 정도도 달랐다. 내가 맡길 수 있다고 느끼는 일을, 다른 자리에서는 아직 도구 정도로만 보는 경우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는 꼭 필요한 일에만 손이 갔다.
잘 된다고 말하고 교육을 하면 그 간극이 줄어들 줄 알았다. 도구를 보여주는 자리에서는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자기 일 앞에서는 다시 갈렸다. 말로 설명하면 이해가 되는 것처럼 보여도, 자기 일의 결과물을 맡기는 일은 다른 문제였다. 써본 사람이 믿는 지점과, 아직 그 실패를 안 겪어 본 사람이 멈추는 지점이 달랐다.
아끼면 어려운 구간만 고치게 된다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 어려운 구간만 고친 이유는, 취향이 아니라 토큰을 아껴야 했기 때문이었다. 쓸 때마다 토큰이 아까워지면 손은 “지금 꼭 막힌 곳”만 고른다. 흐름 전체를 옆에 두고 같이 가지 못한다. 막힌 조각을 떼서 고친 다음, 다시 사람이 이어 붙인다. 다음에 같은 일을 넘길 때 쓸 자국은 잘 안 남는다.
그렇게 쓰면 AI와 같이 일한다는 느낌이 안 남는다. 필요할 때만 꺼내는 공구를 쓰는 경험만 쌓인다. 가끔 필요할 때만 쓰면 실패도 적고 성공도 얕다. 그 경험으로는 결과물을 끝까지 믿기 어렵다.
워크플로우를 맡길 감각이 사라진다
더 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어려운 구간만 고치면, 일 하나를 통째로 맡겨도 되는지 가늠하는 감각이 안 생긴다. 막힌 곳만 떼어 고치는 일과,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맡기는 일은 아예 다른 일이다. 앞의 일만 반복하면, 그 일이 처음부터 끝까지 돌아가도 되는지 볼 기회가 없다.
그 감각을 만들려면 여러 층의 장치가 필요하다. 일을 반복해서 맡길 수 있게 감싸 두는 것, 나온 결과가 맞는지 보는 것. 요즘 말로 harness나 eval이라고 부르는 것들이다. 작은 확인부터 흐름 전체를 돌리는 확인까지, 층이 달라야 한다.
그런데 그걸 만들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한 번 만들어서 끝나는 장치가 아니다. 여러 번 돌려 보면서 어디가 새는지 봐야 하고, 그 과정이 곧 토큰을 쓰는 일이다. 아끼며 쓰는 손으로는 그 일까지 가지 못한다. 그러면 워크플로우를 넘기는 작업은 시작되지 않는다.
80퍼센트만 붙인 상태와 흐름을 넘긴 상태는 20퍼센트포인트 차이가 아니었다. 넘기지 못한 조각이 병목이 되어, 앞에 붙인 일도 느려진다.
넘기지 못하면 AX가 안 된다
아직 조직이 바뀌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AX는 원래 조직을 바꾸는 일에 가깝다. 개인이 기술적으로 빨라진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워크플로우 하나를 정말로 넘길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게 안 되면 AX라는 말은 도구 사용기를 크게 부르는 말에 가깝다.
구분 하나만 남기고 싶다. 꼭 필요한 일에만 AI를 쓰게 만드는 절약은, 비용을 아끼는 일로 보인다. 그 절약이 실제로 자르는 것은 맡겨도 되겠다는 감각이다.